배우고자하는 학문에 쉽게 접근하는 방법중의 하나가 역사적으로 접근하는것이다. 수학에 대해 한참 알고싶을때 - 물론 지금도 매우 알고싶다 - 샀던 책이 ‘수학사’이고, 논술준비 차원에서 철학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샀던책이 ‘(한권으로 보는) 서양철학사 100장면’이다.
수학사는 경문사에서 출판한 ‘경문수학산책’ 시리즈중에 하나인데, 개인적으로 두권으로 나누어져 출판된 수학의 역사라는 책보다 이책이 좀더 나은것 같다. 수학의 역사에 대해 세기별로 잘 나누어 당시에 발명된 - 혹은 잘 정리된 - 개념과 그 개념과 연관된 당대 수학자를 중심으로 설명되어 있다. 700쪽도 안되는 책이다보니 각각의 분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안나와있지만, 이러한 개념이 왜 생겨나게 되었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발전하였는지 잘 요약되어 있다.
책 내용중에 기억에 남는부분 몇가지. 우선, 로그의 역사. 로그는 17세기에 네이피어라는 사람에 의한 발명되었는데, 삼각함수에서 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의 로그는 기하학적이라고 말한다.) 로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큰수에 대한 계산을 빨리 하기 위한것. 그런데, 로그함수는 지수함수보다 먼저 개발되었다. 즉, 큰수가 지수함수로 부터 생긴것은 아니라는것. 로그는 케플러의 법칙 이후에 천문학에서 커다란 숫자를 다루게 되었고, 그것을 편리하게 하기위해 고안된 발명품이다. 지수함수는 스테빈에 의해 개발된 지수기호가 발명되고 나서 라이프니치에 의해 17세기 말에 발견되었다. 지수함수보다 로그함수가 먼저 발견된건 재미있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수학의 위기. 이 책에서는 수학 역사에는 3차례의 큰 위기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무리수의 발견, 다른 하나는 미/적분에서 모호한 무한소 개념, 마지막으로 집합론에서 발견된 모순이라고 하며, 현재 세대는 마지막 위기속에서 수학을 발전시키고 있다는것.
삶과 죽음. 이는 곧 생활과학과 종교로 발전했고 생활과학은 기하학으로, 종교는 문학으로 발전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문학에서 철학을 탄생했다고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철학은 곧 합리화의 과정이다. 때로는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며 합리화하고 때로는 신이기 때문이라며 합리화한다. 철학은 그렇게 발전한다.
(한권으로 보는) 서양철학사 100장면이라는 책은 이러한 철학의 발전 - 혹은 변화 - 과정을 100개의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 역사적으로 살펴본다. 이러한 탐색을 통해 왜 고대 그리스/로마의 학문들을 중세시대 이후 유럽이 아라비아로부터 역수입 하게 되었는지, 왜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라는 법칙으로 설명하려 했는지 어렴풋이 알수 있다.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역사철학. 철학에서 역사를 고찰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역사철학의 발전은 더디었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최초의 중요한 역사철학자라고 소개하는데, 그는 역사의 종교로 일컬어지는 기독교 사상가였고, 그로인해 역사의식이 투철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한참후에 헤겔의 등장을 시작으로 역사철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나는 사실 헤겔이 주장하는 ‘역사의 발전은 자유의 확산’이라는 말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지만, 역사에 발전이라는 의미를 부여한것에 대해서는 흥미롭다.
수학사나 철학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노라면 고상하다는듯 - 혹은 밥맛 없다는듯 - 쳐다본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는 힙합의 역사를 알아가는것이나 영화를 통해 사건의 전개를 보는것과 크게 다를것이 없다.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아보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