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건축 - 그 아름다운 당연성
건축대학에 다니시는 동생님이 자기내 학교에서 빌릴수 없다면서 내 학교도서관에서 빌려간 책 (그리고 한달 뒤에 돌아왔다..)
생각했던것 보다 책이 두껍지 않아서 한번 훓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가, 의외로 좋은 책은 건진 기분으로 책을 내려놓았다. 다른 많은 건축 책들처럼, 추상적인 관념 및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그것이 어떤식으로 병원건축물에 적용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저자가 주장을 전개하는데 사용하는 추상적인 관념중에 존재론적 기능주의가 있는데, 이게 참 와 닿았다.
자연에서는 이렇게 생명과 형태는 서로 일치하며 각각 나누어 질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따라서 생명은 그것의 출현으로부터 이미 다른 존재와 구별된다. 이와 같이 형태는 항상 기능을 따른다. - 루이스 설리반
유르겐 팔은 이러한 건출이론이 건출물에 억지스럽게 건축가의 개성을 반영시키지 않아도 사물의 개별성을 들어내준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건축물의 존재목적을 묻는 건축이론을 존재론적 기능주의라고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특징들에 대해 소개해준다.
본성(목적)으로부터 발견되어지는 형태 부분의 존중 - 부분의 내면적인 성질을 존중 상대적 표현 미학의 강조 - 사물의 존재원인을 묻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개념 건축과 인간 삶과의 관계회복 - 균일한 형태로인한 인간의 소외 경계
디자인의 디자인
소프트웨어 공학의 설계 디자인이 아닌 일반적인 디자인을 공부해보려고 도서관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책이다. 위 책과 마찬가지로 개념과 그 개념이 녹아있는 디자인을 보여주면서 내용을 전개해나간다.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생각이 마음에 들었고, ‘책’ 이라는 물건에 대해, 내 생각과 비슷한거 같아 괜-_-히 기분이 좋았다.
저자가 일본인이라서 일본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걱정이 책 전반에 잘 나타나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다른 나라 사람이 내가 봤을때도 별 거부감을 가지지 않도록 글을 잘 썼다. (혹은 번역을 잘 한것일 수도…)
무인양품의 디자인 철학을 서술하면서 드러나는, 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가 참 좋다.
… 무인양품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최적의 소재와 제조법, 그리고 형태를 모색하면서 素(‘본디’를 의미하는 ‘소’) 또는 ‘간결함’속에서 새로운 가치관이나 미의식을 만들어 내는것 … 즉 최저 가격이 아니라 풍족한 저비용, 가장 현명한 저가격대를 실현하는것, 그것이 무인양품의 방향이다…
‘리디자인’ 부분은 신선했다. 책에 등장하는 리디자인 전시회는 지극히 일상적인 제품에 대해 각 제시된 주제에 맞춰 다시 디자인 제품을 전시한 것이었는데, 저자의 설명이 첨부되어 있는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들은 신선했다.
두 책 모두 20대 초반 나에게 큰 영향을 줬던 아나키즘적인 상호부조론을 엿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기뻤다.